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질까, 듀레이션으로 계산하기
채권은 안전하다고 해서 채권 ETF를 샀는데 몇 달 만에 평가손실이 났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부도가 난 것도 아닌데 왜 가격이 떨어졌을까요. 대부분은 그 사이 시장금리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면 채권 상품을 고를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은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이자(쿠폰)를 주고 만기에 원금(액면가)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입니다. 예를 들어 액면 10,000원, 표면금리 연 3%, 만기 3년인 채권은 매년 300원씩 이자를 주고 3년 뒤 10,000원을 돌려줍니다. 이 현금흐름은 발행할 때 정해지고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장금리가 연 4%로 오르면 새로 나오는 채권은 400원씩 이자를 줍니다. 300원짜리 기존 채권을 10,000원 주고 살 사람은 없으므로 기존 채권 가격은 새 채권과 비슷한 수익률이 나오는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반대로 금리가 2%로 내려가면 300원 이자를 주는 기존 채권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 되어 가격이 오릅니다.
채권 가격은 앞으로 받을 이자와 원금을 시장금리로 할인한 값의 합입니다. 위 채권으로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 시장금리 | 3년 만기 채권 가격 | 변화율 | 10년 만기 채권 가격 | 변화율 |
|---|---|---|---|---|
| 3% (그대로) | 10,000원 | 0% | 10,000원 | 0% |
| 4% (1%p 상승) | 약 9,723원 | −2.8% | 약 9,189원 | −8.1% |
| 2% (1%p 하락) | 약 10,288원 | +2.9% | 약 10,898원 | +9.0% |
10년 만기 채권은 표면금리 3%, 연 1회 이자 지급으로 같은 조건을 가정했습니다. 같은 1%포인트 변화인데 만기가 긴 채권의 가격이 훨씬 크게 움직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리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와 조금 다릅니다. 채권 가격은 시장에서 그날그날 거래되는 국고채 3년물, 10년물 같은 시장금리를 따라 움직입니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결정을 미리 반영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 기준금리가 실제로 바뀌는 날에는 채권 가격이 거의 반응하지 않기도 합니다.
가격이 떨어져도 손실이 바로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채권을 직접 사서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중간에 가격이 얼마로 움직였든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받습니다. 위의 3년 만기 채권을 10,000원에 샀다면 금리가 4%로 올라도 만기까지 기다리면 이자 900원과 원금 10,000원이 들어옵니다. 손실은 만기 전에 팔 때만 현실이 됩니다. 다만 그동안 더 높은 금리를 받을 기회를 놓친 셈이니 기회비용은 남습니다.
듀레이션이란
만기가 길수록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돈을 돌려받는 시점이 멀기 때문입니다. 이 민감도를 숫자 하나로 나타내면 듀레이션이 됩니다. 듀레이션은 채권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받는 시점을 금액으로 가중평균한 기간으로, 단위는 년입니다. 이자를 주는 채권은 중간에 이자를 받으므로 듀레이션이 만기보다 짧습니다.
실전에서는 수정듀레이션을 많이 씁니다. 금리가 1%포인트 바뀔 때 가격이 대략 몇 % 바뀌는지를 나타냅니다. 공식은 간단합니다.
가격 변화율 ≈ −수정듀레이션 × 금리 변화(%p)
위의 3년 만기 채권은 수정듀레이션이 약 2.83, 10년 만기 채권은 약 8.53입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각각 약 2.8%, 8.5% 떨어진다고 어림할 수 있습니다. 실제 계산값(−2.8%, −8.1%)과 비교하면 10년 채권에서 차이가 조금 납니다. 금리가 오를 때는 덜 떨어지고 내릴 때는 더 오르는 볼록성(컨벡시티) 때문입니다. 금리 변화가 작을 때는 듀레이션만으로도 충분히 쓸 만합니다.
채권 ETF를 고를 때 보는 것
채권 ETF는 만기가 없습니다. 보유 채권의 만기가 다가오면 팔고 새 채권을 사서 정해진 듀레이션 범위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접 산 채권처럼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원금이 돌아온다는 계산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금리가 오른 상태가 계속되면 가격이 회복되는 대신 더 높은 이자를 받는 채권으로 교체되면서 시간이 지나며 손실을 메워 가는 구조입니다.
상품 설명서나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듀레이션을 확인하면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단기채 ETF는 듀레이션이 1년 안팎이라 가격 변동이 작습니다. 장기 국채 ETF는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이 크게 바뀝니다. 신용등급도 함께 봐야 합니다. 국공채보다 회사채가 이자를 더 주지만 부도 위험도 그만큼 큽니다.
주식과 채권을 섞어 담을 때 채권을 어떤 역할로 쓸지는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글에서 다뤘습니다.
직접 투자와 ETF의 세금 차이
개인이 채권을 직접 사면 이자에는 15.4%가 원천징수되고 사고팔아 생긴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없습니다. 국내 상장 채권 ETF는 다릅니다. 국내 주식형이 아니므로 분배금은 물론 매매차익도 배당소득으로 보아 15.4%가 붙습니다. 두 경우 모두 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채권은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발행한 회사나 기관이 돈을 갚지 못하면 손실이 날 수 있으니 발행자와 신용등급을 꼭 확인하세요.
자주 하는 실수
금리가 곧 내릴 것 같다며 장기채 ETF에 큰돈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상대로 금리가 내리면 수익이 크지만 반대로 오르면 듀레이션만큼 손실도 커집니다. 금리 방향을 맞히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어렵습니다. 돈이 필요한 시점과 듀레이션을 비슷하게 맞추는 편이 덜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2년 뒤 쓸 돈이라면 듀레이션이 2년 안팎인 상품이 가격 변동을 감당하기 쉽습니다.
확인할 곳
2026년 현재 기준입니다. 예시 계산은 가정이며 실제 채권 가격은 신용도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금융 정보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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