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를 빼고 계산하는 실질수익률, 예금 4%는 정말 4%일까
예금 금리가 연 4%라고 하면 1년 뒤 내 돈이 4%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통장 숫자만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사이 장바구니 물가가 3% 올랐다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4%만큼 늘지 않습니다. 실질수익률은 이 차이를 숫자로 보여 주는 개념입니다.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
명목수익률은 통장이나 계좌에 찍히는 수익률입니다. 실질수익률은 여기서 물가 상승분을 걷어 내고 구매력이 실제로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냅니다. 물가가 오르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으면 계좌 잔고가 늘어도 실제 형편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명목수익률에서 물가상승률을 빼서 어림합니다.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이 식을 씁니다.
실질수익률 = (1 + 명목수익률) ÷ (1 + 물가상승률) − 1
물가상승률과 수익률이 모두 낮을 때는 빼기로 어림한 값과 정확한 값의 차이가 작습니다. 두 숫자가 커질수록 그 차이도 벌어집니다.
예시로 계산해 보기
예를 들어 연 4% 정기예금에 1,000만 원을 1년 맡기고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3%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정확한 식으로 계산하면 실질수익률은 1.04 ÷ 1.03 − 1 ≈ 0.97%입니다. 빼기로 어림한 1%와 거의 같습니다.
여기에 세금을 넣으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예금 이자에는 15.4%가 원천징수되므로 세후 명목수익률은 4% × (1 − 0.154) = 3.384%입니다. 이 값으로 다시 계산하면 실질수익률은 1.03384 ÷ 1.03 − 1 ≈ 0.37%로 떨어집니다.
| 단계 | 수익률 | 1,000만 원 기준 |
|---|---|---|
| 세전 명목수익률 | 4.00% | 이자 40만 원 |
| 세후 명목수익률 | 3.384% | 이자 33만 8,400원 |
| 세후 실질수익률(물가 3% 가정) | 약 0.37% | 구매력 증가 약 3만 7,000원 |
통장에는 33만 8,400원이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하면 실제로 늘어난 구매력은 4만 원에도 못 미칩니다. 물가상승률이 3.384%보다 높았다면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됩니다.
장기로 보면 차이가 커진다
1년만 보면 작은 차이 같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물가가 매년 3%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1,000만 원이 가진 구매력은 10년 뒤 약 744만 원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현금을 그대로 들고 있으면 금액은 같아도 살 수 있는 것이 4분의 1 넘게 줄어듭니다.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춰 가정해도 약 820만 원에 그칩니다.
이 계산은 복리와 같은 원리를 반대 방향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수익률이 쌓여 원금이 불어나듯 물가도 쌓여 구매력을 깎습니다. 복리가 기간에 따라 어떻게 커지는지는 복리와 72의 법칙에서 계산 예시와 함께 다뤘습니다. 72의 법칙을 물가에 적용하면 물가가 연 3%씩 오를 때 같은 돈의 구매력이 절반이 되기까지 대략 24년이 걸린다고 어림할 수 있습니다.
물가는 어디서 확인할까
우리나라 물가 지표로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가장 많이 씁니다. 가구가 자주 사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지수로 만든 것입니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 상승률이 흔히 말하는 물가상승률입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물가안정목표로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합니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는 평균적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숫자라서 내가 느끼는 물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월세 비중이 큰 1인 가구나 외식이 잦은 사람은 공식 물가상승률보다 체감 물가가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 실질수익률을 따질 때는 공식 수치를 기준으로 삼되 자기 지출 구조도 함께 따져 보세요.
자산별로 물가를 대하는 방식
현금과 예금은 원금이 안전한 대신 금리가 물가를 넉넉히 앞서기 어렵습니다. 비상금이나 1~2년 안에 쓸 돈은 실질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 안정성이 우선이므로 예금에 두는 것이 맞습니다.
주식은 기업이 가격을 올리거나 매출이 늘면 이익도 늘 수 있어 장기적으로 물가를 앞설 가능성이 있는 자산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이 큽니다. 물가가 급하게 오르는 시기에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권은 고정된 이자를 받는 구조라서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면 실질 가치가 줄어듭니다.
물가 자체에 연동되는 상품도 있습니다. 정부가 발행하는 물가연동국고채는 원금이 소비자물가지수 변동에 맞춰 조정되므로 물가가 오르면 원금도 함께 늘어납니다. 대신 일반 국고채보다 표면금리가 낮고 물가가 예상보다 덜 오르면 일반 국고채보다 불리할 수 있습니다. 거래량이 많지 않아 개인이 원하는 가격에 사고팔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니 상품 구조를 충분히 확인한 뒤 접근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가를 항상 이기는 자산은 없으니 쓸 시점에 따라 돈을 나누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오래 묵힐 돈은 물가를 앞설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일부를 배분하고 곧 쓸 돈은 안전한 곳에 두는 식입니다. 이렇게 나누는 원리는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자주 하는 실수
세전 수익률만 보고 상품을 비교하는 실수가 가장 흔합니다. 이자·배당에는 15.4%가 원천징수되므로 세후로 바꿔야 실제 비교가 됩니다. 반대로 실질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곧 써야 할 돈까지 위험자산에 넣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지금 가입한 예금이나 적금의 세후 금리를 계산해 보고 최근 통계청 발표 물가상승률과 나란히 적어 보는 것부터 해 보세요.
확인할 곳
- 통계청: https://kostat.go.kr — 소비자물가지수 월별 발표
- 한국은행: https://www.bok.or.kr — 물가안정목표와 통화정책 안내 (2026년 현재 기준)
이 글은 일반적인 금융 정보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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