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과 리밸런싱, 비율 정하고 되돌리는 법
주식 ETF만 사 두었다가 한 해에 20~30% 빠지는 장을 처음 겪으면 대부분 같은 질문을 합니다. 지금 팔아야 하는지, 버텨야 하는지. 이런 상황에서 판단을 덜 흔들리게 해 주는 장치가 자산배분입니다. 처음부터 성격이 다른 자산을 정해진 비율로 나눠 담고 비율이 틀어지면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자산배분이 하는 일
자산배분은 수익률을 높이는 기술이라기보다 변동 폭을 견딜 만한 수준으로 줄이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주식은 장기 기대수익이 높은 대신 크게 흔들립니다. 국공채 같은 우량 채권은 기대수익이 낮지만 덜 흔들립니다. 경기가 나빠져 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주식 하락을 일부 상쇄해 줍니다. 다만 2022년처럼 금리가 급하게 오르는 시기에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떨어지기도 하므로 항상 반대로 움직인다고 믿으면 안 됩니다.
주식과 채권 말고 다른 자산을 섞기도 합니다. 예금이나 MMF 같은 현금성 자산은 수익은 낮지만 가격이 거의 흔들리지 않아 하락장에서 주식을 더 살 때 꺼내 쓰는 돈이 됩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이 없는 대신 주식·채권과 다른 이유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일부만 담는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자산 종류를 늘리기보다 주식과 채권 두 가지로 비율을 지키는 연습부터 하는 편이 낫습니다.
채권 가격이 금리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금리와 채권 가격, 듀레이션 글에서 따로 설명했습니다.
비율은 어떻게 정할까
정답 비율은 없습니다. 흔히 출발점으로 삼는 비율이 주식 60%, 채권 40%입니다. 나이가 젊고 투자 기간이 길수록 주식 비중을 높이는 편입니다. “100에서 나이를 뺀 만큼 주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기준입니다.
비율을 정할 때는 기대수익보다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을 먼저 따져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이 40% 떨어지는 해가 온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주식 비중이 80%라면 채권이 그대로여도 전체 자산은 32% 줄고 60%라면 24%, 40%라면 16% 줄어듭니다. 1,000만 원이라면 각각 320만 원, 240만 원, 160만 원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비율이 내 비율입니다.
투자 기간도 중요합니다. 2~3년 안에 쓸 돈은 주식 비중을 낮게 잡고 은퇴 자금처럼 10년 이상 묶어 둘 돈은 주식 비중을 높게 잡는 식으로 목적별로 나누는 사람도 많습니다.
리밸런싱 계산 예시
비율을 정해도 시장이 움직이면 비율은 저절로 틀어집니다. 리밸런싱은 틀어진 비율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주식 600만 원, 채권 400만 원으로 나눠 시작했다고 가정합니다. 1년 동안 주식이 30% 오르고 채권은 제자리였다면 상황은 이렇게 바뀝니다.
| 구분 | 시작 | 1년 뒤 | 1년 뒤 비중 | 목표 금액 | 조정 |
|---|---|---|---|---|---|
| 주식 | 600만 원 | 780만 원 | 66.1% | 708만 원 | 72만 원 매도 |
| 채권 | 400만 원 | 400만 원 | 33.9% | 472만 원 | 72만 원 매수 |
| 합계 | 1,000만 원 | 1,180만 원 | 100% | 1,180만 원 |
주식 72만 원어치를 팔아 채권을 사면 다시 60 대 40이 됩니다. 반대로 주식이 20% 빠지고 채권이 3% 오른 해라면 주식 480만 원, 채권 412만 원으로 주식 비중이 53.8%까지 내려갑니다. 이때는 채권을 팔아 주식을 약 55만 원어치 사야 비율이 맞춰집니다.
리밸런싱은 결과적으로 오른 자산을 일부 팔고 떨어진 자산을 사는 행동입니다. 머리로는 쉬워 보여도 실제로 하락장에서 주식을 더 사는 일은 심리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미리 정해 두고 기계적으로 따르는 편이 낫습니다.
언제 리밸런싱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날짜를 정하는 주기 방식입니다. 1년에 한 번, 혹은 반년에 한 번처럼 날짜를 정해 두고 그날 비율을 맞춥니다. 규칙이 분명해 지키기 쉽습니다.
밴드 방식은 목표 비율에서 일정 폭 이상 벗어났을 때만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5%포인트로 정했다면 주식 비중이 65%를 넘거나 55% 밑으로 내려갈 때 움직입니다. 위의 예시(66.1%)는 밴드를 벗어났으니 조정 대상입니다. 시장이 잔잔한 해에는 매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적립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매달 새로 넣는 돈을 비중이 낮아진 자산에 몰아 넣어 비율을 맞춥니다. 위의 예시에서 새로 100만 원을 넣는다면 모두 채권에 넣어 주식 780만 원, 채권 500만 원(60.9% 대 39.1%)으로 맞출 수 있습니다. 팔지 않으므로 매매 비용과 세금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세금과 비용 줄이기
일반 계좌에서 리밸런싱하면 매도할 때마다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 주식형 ETF는 매매차익에 세금이 없습니다. 해외 지수 ETF나 채권 ETF는 매매차익에 15.4%가 붙고 해외 상장 ETF는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입니다.
연금저축이나 ISA 계좌 안에서 사고팔면 매도할 때마다 세금을 떼지 않고 나중에 인출하거나 만기에 정산합니다. 리밸런싱을 자주 해야 하는 자산은 이런 계좌에 담아 두면 유리합니다. 계좌별 구조는 ISA 계좌 구조와 활용에 정리했습니다.
자주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실수는 오르는 자산의 비중을 계속 늘리는 것입니다. 주식이 잘 오를 때 리밸런싱을 미루면 나도 모르게 주식 80~90%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 상태에서 하락장을 맞습니다. 비슷한 자산을 여러 개 사는 것도 문제입니다. 미국 대형주 ETF 세 개를 담아도 실제로는 같은 자산 하나에 몰아넣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밸런싱 규칙을 정했다면 종이에 적어 두세요. 비율, 기준 날짜나 밴드 폭, 사용할 계좌 세 가지만 적어 두어도 시장이 흔들릴 때 덜 흔들립니다.
확인할 곳
2026년 현재 기준입니다. 예시 수익률은 가정이며 실제 시장 움직임과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금융 정보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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