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 화면에서 총보수 1.5%와 0.2%를 보면 차이가 1%포인트 남짓이라 대수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1년만 보면 100만 원당 1만 3천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돈을 20년, 30년 굴린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복리는 수익에도 붙지만 비용에도 똑같이 붙기 때문입니다.

단리와 복리의 차이

단리는 처음 넣은 원금에만 이자가 붙습니다. 복리는 이자가 원금에 더해지고 다음 해에는 그 합계에 다시 이자가 붙습니다. 처음 몇 년은 차이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격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연 7%로 30년 동안 굴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단리라면 매년 70만 원씩 30년, 이자 2,100만 원이 붙어 3,100만 원이 됩니다. 복리라면 1,000만 원 × 1.07³⁰ ≈ 7,612만 원입니다. 같은 수익률인데 결과는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복리 금액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늘어나는지 끊어서 보면 특징이 더 잘 보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10년 뒤에는 약 1,967만 원, 20년 뒤에는 약 3,870만 원, 30년 뒤에는 약 7,612만 원입니다. 처음 10년 동안 늘어난 돈은 967만 원인데 마지막 10년 동안 늘어난 돈은 3,700만 원이 넘습니다. 복리의 효과는 대부분 후반부에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를 몇 년 일찍 시작하면 끝에 가서 큰 차이가 납니다.

복리 효과가 커지는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기간이 길수록, 중간에 수익을 빼 쓰지 않을수록 커집니다. 개인이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쪽은 기간과 비용입니다. 수익률은 시장이 정합니다. 언제 시작하고 얼마나 오래 두는지, 비용을 얼마나 내는지는 내가 고를 수 있습니다.

72의 법칙으로 두 배 기간 암산하기

72의 법칙은 원금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을 대략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72를 연수익률(%)로 나누면 됩니다. 연 6%라면 72 ÷ 6 = 12년, 연 8%라면 9년입니다.

어디까지나 근사값이므로 실제 값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해 봤습니다. 실제 두 배 기간은 ln2 ÷ ln(1+r)로 구합니다.

연수익률 72의 법칙 실제 두 배 기간
2% 36.0년 35.0년
4% 18.0년 17.7년
6% 12.0년 11.9년
8% 9.0년 9.0년
10% 7.2년 7.3년
12% 6.0년 6.1년

연 6~10% 구간에서는 오차가 0.1년 안팎으로 거의 맞습니다. 금리가 아주 낮거나 높으면 오차가 조금 커지지만 감을 잡는 용도로는 충분합니다.

이 법칙은 반대 방향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10년 안에 돈을 두 배로 만들고 싶다면 72 ÷ 10 = 7.2로 연 7.2%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목표 수익률이 현실적인지 따져 볼 때 쓸모가 있습니다. 물가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매년 3%씩 오르면 72 ÷ 3 = 24년 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물가를 뺀 수익률을 따지는 법은 물가와 실질수익률 글에서 다뤘습니다.

수수료 1%가 30년 동안 만드는 차이

이제 비용을 넣어 보겠습니다. 비용은 수익률에서 매년 빠지므로 72의 법칙에서도 분모를 깎습니다. 연 7%짜리 투자에서 비용이 1% 더 들면 실제로는 연 6%로 굴리는 것과 같습니다. 두 배 기간은 약 10.3년에서 12년으로 늘어납니다.

1,000만 원을 한 번에 넣어 두는 거치식으로 계산해 봤습니다.

조건 30년 뒤 금액 원금 대비
연 7% (비용 차감 후) 약 7,612만 원 7.6배
연 6% (비용 1% 더 낸 경우) 약 5,743만 원 5.7배

차이는 약 1,869만 원입니다. 비용 1%포인트가 30년 뒤 결과를 약 25% 줄였습니다. 매년 내는 1%가 누적되면 수익의 4분의 1을 가져가는 셈입니다.

매달 적립하는 경우도 계산해 봤습니다. 매월 30만 원씩 30년 동안 넣는다고 가정하면 원금은 1억 800만 원입니다. 연 7%(월 복리 기준)라면 약 3억 6,599만 원, 연 6%라면 약 3억 136만 원이 됩니다. 차이는 6,000만 원이 넘습니다.

어떤 상품이 비용을 얼마나 받는지는 총보수뿐 아니라 실부담비용까지 봐야 정확합니다. 확인 방법은 ETF 고를 때 확인할 것 글에 정리했습니다.

계산할 때 자주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착각은 수익률이 매년 일정하다고 믿는 것입니다. 위의 계산은 모두 매년 같은 수익률을 가정했습니다. 실제 주식시장은 어떤 해에는 20% 오르고 어떤 해에는 20% 떨어집니다. 변동이 크면 평균 수익률이 같아도 최종 금액은 더 적어집니다. +20%와 −20%를 한 번씩 겪으면 1.2 × 0.8 = 0.96으로 4% 손실입니다.

세금을 빼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금 이자나 배당에는 15.4%가 원천징수되므로 세후 수익률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연 4% 예금이라면 세후로는 약 3.38%입니다. 72의 법칙으로 두 배 기간은 18년이 아니라 21년 정도가 됩니다.

중간에 꺼내 쓰는 습관도 복리를 끊습니다. 복리는 시간이 끝까지 지켜질 때 가장 크게 작동합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마다 투자금을 깨면 복리가 쌓이기 전에 끊깁니다. 그래서 비상금은 투자금과 따로 두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 해 볼 일

지금 보유한 펀드나 ETF의 총보수를 확인하고 72의 법칙으로 목표 수익률이 현실적인지 따져 보세요. 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더 싼 상품이 있다면 갈아탈지 검토해 볼 만합니다. 다만 갈아탈 때 생기는 세금과 매매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확인할 곳

2026년 현재 기준입니다. 계산 예시는 모두 가정이며 실제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금융 정보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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